금호강변과 두리마루길을 걸었던 대구 겨울여행 - 2016년 12월 27일, 28일
알프스와 얽힌 인연으로 벗이 된 허선생님 부부를 만나기 위한 대구 나들이길이다. 허선생은 근자에 혹독한 독감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나의 대구 방문도 일주일 순연되어 어렵사리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정오 무렵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허선생과 최교수를 만났다. 벨지움에서 같이 생활한 적이 있는 최교수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난 것도 참 반가운 일이다. 최교수의 환대를 받으며 맛있는 점심 시간과 정다운 커피 타임을 가졌다. 아쉽기는 하지만 쌓인 회포를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었다. 남은 오후 시간은 허선생과 함께 금호강변을 걷는 것으로 보냈다. 지난 여름 시즌 샤모니에서 만난 이후로 궁금했던 서로의 얘기를 나누며 넓은 강변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이 편안하고 좋았다.
모처럼 청명한 날씨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금호강변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겨울 강바람이 싫지 않았다.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봉이 이어져 가팔환초라 불리는 팔공산 일대의 장쾌한 산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상쾌했다. 저녁 시간에 합류한 장선생님과의 즐거운 대화는 야간 산책 시간을 넘어 심야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오전엔 허선생 집에서 이어지는 둘레길인 두리마루길을 둘이서 걸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속의 오솔길과 마을길이 연결되어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코스의 연속이다. 두리마루길에서 바라보는 드넓게 이어진 팔공산의 하늘금이 선명했다. 맛깔스런 콩나물국밥으로 점심까지 대접받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이켜야 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정화된 듯 가뿐하고 알찬 겨울 여행이었다.